티스토리 뷰
목차

매년 5월 종합소득세 고지서를 보며 "이렇게 열심히 일했는데 이만큼이나 떼어가다니"라고 속이 쓰린 경험, 저만 있는 게 아닐 겁니다. 그런데 최근 한화그룹 막내 김동선 사장이 형들 주식을 무려 811억 원을 들여 '사들이는' 방식을 선택했다는 기사를 읽고, 그 절세 논리가 제 종소세 고민과 닮아 있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스케일만 다를 뿐 같았습니다.
형이 공짜로 줄 수도 있는데, 왜 굳이 811억을 썼을까?
처음 이 기사를 봤을 때 솔직히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형들이 그냥 주면 되지, 왜 굳이 돈을 주고 사?" 그런데 세금 계산을 들여다보니, 공짜로 받는 게 오히려 가족 전체에게 더 손해라는 게 보였습니다.
먼저 증여세부터 짚어보겠습니다. 증여세란 재산을 무상으로 이전받을 때 받는 사람이 내는 세금입니다. 형제간 증여는 30억 원 초과분에 최고 세율 50%가 적용됩니다. 두 형의 주식 1,014만 주를 공개매수가인 주당 8,000원으로 평가하면 약 811억 원 규모인데, 여기에 증여세를 계산하면 400억 원대가 나옵니다. 게다가 세법은 최대주주 지분처럼 경영권이 딸린 주식을 증여할 때 평가액을 20% 할증해서 매기기 때문에, 실제 증여세는 480억 원대까지 불어납니다.
반면 형들이 주식을 '팔면' 어떻게 될까요? 이때는 양도소득세가 적용됩니다. 양도소득세란 자산을 팔아서 생긴 이익, 즉 '판 값에서 산 값을 뺀 차익'에만 부과하는 세금입니다. 대주주 세율은 지방세 포함 22~27.5%로, 주식 전체 가격이 아니라 오른 만큼에만 붙습니다. 형들이 내는 양도세는 많아야 200억 원대로 추산됩니다. 가족 전체로 보면 증여를 선택했을 때 국가에 내는 세금이 최소 200억 원 이상 더 많게 됩니다. 제가 종소세 신고 때 공제 항목 하나하나를 파고드는 것과 같은 논리입니다. 액수만 다를 뿐이지요.
- 증여 선택 시: 막내 증여세 약 400~480억 원 → 국가 귀속
- 매수 선택 시: 형들 양도세 약 200억 원대 → 811억은 가족 내 이동
- 가족 전체 절세 효과: 최소 200억 원 이상 차이
공개매수라는 방법을 고른 데도 이유가 있었습니다
형들 주식만 따로 사들이면 안 됐을까요? 사실 가능은 합니다. 하지만 세법에는 특수관계인, 즉 가족처럼 서로 이해관계가 얽힌 사람들끼리 장외에서 주식을 사고팔 때 그 가격이 시가와 크게 차이 나면 그 차액 일부를 증여로 간주하는 규정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 "형한테 너무 비싸게 사줬다면, 그 차이만큼은 돈 준 거 아니냐"는 논리입니다.
공개매수는 이 문제를 깔끔하게 해소합니다. 공개매수란 증권시장 밖에서 특정 주식을 일정 가격에 사겠다고 모든 주주에게 공개적으로 알리고 매입하는 방식입니다. 김동선 사장이 주당 8,000원을 모든 주주에게 동일하게 제시했으니, "이 가격이 시장에서 통하는 합리적인 값"이라는 근거가 자동으로 만들어집니다. 형들에게만 웃돈을 얹어줬다는 비판을 원천 차단하는 구조인 겁니다(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DART).
처음 1,606만 주로 발표했던 공개매수 물량이 이후 2,620만 3,000주로 늘어난 것도 이 맥락에서 읽힙니다. 두 형인 김동관 부회장이 676만 2,000주, 김동원 부회장이 338만 1,000주를 팔겠다고 응하면서 물량이 확대됐습니다. 공개매수가 끝나면 김동선 사장 지분율은 5.81%에서 36.81%로 껑충 올라 개인 최대주주가 됩니다. 제가 직접 이 수치를 보고서야 "아, 이게 단순한 주식 거래가 아니라 지배구조 재편의 시작이구나" 하고 실감했습니다.
계열분리, 독립을 위한 비용을 치르는 과정
한화M&S는 지난 8월 ㈜한화에서 인적분할해 새로 세워진 지주회사입니다. 인적분할이란 기존 회사를 분리할 때 신설 회사의 주식을 기존 주주들에게 보유 비율 그대로 나눠주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회사는 쪼개졌지만 주주 명부는 그대로 따라온 셈입니다. 그래서 분리 전에는 한화에너지 23.94%, 김 회장 12.24%, 김동관 부회장 10.55%, 김동원 부회장 5.81%, 김동선 사장 5.81%라는 지분 구조가 그대로 한화M&S에 남아 있었습니다.
막내가 '내 회사'를 만들려면 계열분리를 통과해야 합니다. 계열분리란 친족이 경영하는 회사를 기존 대기업집단에서 공식적으로 분리하는 절차입니다. 공정거래법은 이를 위해 상장사마다 그룹 측 지분 합계가 3% 미만이 되도록 요구합니다(출처: 공정거래위원회). 두 형이 이번 공개매수에 모두 응하더라도 김동관 부회장 지분은 2.55%, 김동원 부회장은 1.81%로 내려오지만, 두 사람을 합치면 여전히 4%를 넘습니다. 아버지와 한화에너지 지분까지 더하면 40%가 훌쩍 넘는 수준입니다. 이번 공개매수는 긴 여정의 첫 발걸음에 불과합니다.
이 과정을 보면서 제가 느낀 공감이 있습니다. 저도 직장을 다니면서 프리랜서 수입은 따로 모으는 이유가 결국 언젠가 내 이름으로 독립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독립하려면 준비 비용이 따릅니다. 당장 불편하고 돈도 들지만, 안 하면 영원히 누군가 아래에 있어야 합니다. 811억이라는 숫자는 저와 다른 세상 이야기이지만, 그 비용을 감수하는 심리만큼은 묘하게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감액배당 비과세, 대주주만 아는 게임의 룰
이 기사를 읽으면서 가장 눈이 머문 단어가 '감액배당'이었습니다. 저도 배당주 투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배당소득세 15.4%가 붙고, 금융소득이 2,000만 원을 넘으면 프리랜서 수입과 합산돼 건강보험료까지 오를 수 있다는 걸 알고 살짝 겁을 먹었거든요. 그런데 '감액배당'은 아예 다른 얘기입니다.
감액배당이란 회사가 영업으로 번 이익이 아니라, 자본준비금을 헐어서 주주에게 돌려주는 배당 방식입니다. 자본준비금이란 주주가 주식을 살 때 액면가보다 더 낸 돈처럼 영업 외의 자본 거래에서 쌓인 잉여분을 말합니다. 세법은 이를 "주주가 낸 돈을 돌려주는 것"으로 보아 배당소득세를 부과하지 않습니다. 한화M&S는 실제로 지난달 임시주주총회에서 자본준비금 600억 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해 배당 재원으로 쓸 수 있게 결의했습니다.
여기서 올해 바뀐 규칙이 결정적입니다. 상장사 대주주의 경우, 그 주식을 취득한 가격까지만 세금 없이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주당 500원에 산 주주가 1,000원의 감액배당을 받는다면, 취득가 500원을 초과한 500원에는 배당소득세가 붙습니다. 반면 김동선 사장처럼 주당 8,000원에 매수한 주주는 1,000원 전액을 세금 한 푼 없이 받을 수 있습니다. 취득 단가가 높을수록 비과세 한도가 커지는 구조입니다. 높은 가격에 공개매수를 진행한 것이 단순한 웃돈이 아니라 미래의 비과세 배당 한도를 키우는 포석이기도 하다는 것, 저도 이 부분을 알고 나서야 전체 그림이 연결됐습니다.
한화M&S의 자본준비금은 ㈜한화에서 넘어온 재산에서 비롯된 것이라, 실질적으로는 이익 배당과 다를 게 없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법적 형식과 경제적 실질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은 투자자로서도 짚어두어야 할 부분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공개매수랑 그냥 장내 매수는 뭐가 다른가요?
A. 장내 매수는 증권시장에서 실시간으로 주식을 사는 방식입니다. 공개매수는 시장 밖에서 특정 가격과 기간을 정해 모든 주주에게 공개적으로 "이 값에 팔 의향이 있으면 응모하세요"라고 알리는 방식입니다. 대량의 지분을 한꺼번에 확보해야 할 때 주로 활용되며, 가격 투명성이 확보된다는 점이 특수관계인 거래에서 특히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Q. 계열분리를 하면 한화그룹이랑 완전히 남이 되는 건가요?
A. 법적으로는 별개의 기업집단으로 분리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공정거래법상 계열분리는 분리되는 상장사마다 기존 그룹 측 지분 합계를 3% 미만으로 낮추어야 성립합니다. 현재 한화에너지, 김 회장, 두 형 등 그룹 측 지분 합계가 40%를 넘기 때문에 아직 갈 길이 상당히 남아 있습니다. 이번 공개매수는 그 긴 여정의 시작점으로 봐야 합니다.
Q. 일반 소액주주도 공개매수에 응모할 수 있나요?
A. 그렇습니다. 공개매수는 모든 주주에게 동일한 조건으로 공고되기 때문에 소액주주도 동일한 가격(주당 8,000원)에 응모할 수 있습니다. 시장 가격보다 높게 제시될 경우 차익 실현의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다만 응모 기간과 절차가 정해져 있으므로 공시를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감액배당 비과세 혜택은 대주주만 받을 수 있나요?
A. 비과세 한도 자체는 대주주와 소액주주 모두에게 적용되지만, 올해 개정된 규칙에 따라 취득 단가가 높을수록 세금 없이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커집니다. 일반 투자자도 취득 단가를 기준으로 비과세 여부가 달라지므로, 매수 단가 관리가 배당 투자에서 생각보다 중요한 변수가 됩니다.
결론
재벌가의 지분 거래를 처음엔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봤습니다. 그런데 이번 관련 기사를 꼼꼼히 읽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증여세 vs 양도소득세, 공개매수로 특수관계인 리스크 차단, 감액배당 비과세 한도 확보까지, 모든 선택에는 세금을 최소화하고 자산을 지키려는 논리가 있었습니다. 제가 종소세 신고 때 공제 항목 하나를 더 찾으려고 새벽까지 앉아 있는 그 마음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주식 투자를 할 때 저는 "대주주가 사재를 털어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회사"나 "비과세 배당 구조를 갖춘 회사"를 더 눈여겨볼 생각입니다. 대주주가 자기 돈을 쓰는 곳에는 반드시 그만한 계산이 있고, 그 계산의 방향은 주주 가치와 같은 방향을 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기사 한 편이 제 투자 관점에 꽤 선명한 눈금 하나를 새겨준 셈입니다.
참고: 조선일보 '한화 막내는 왜 형들 주식을 증여받지 않고 사들이나' 기사